사진 이야기

옛 사진 한장 1

석탈해 2009. 10. 22. 16:09

 

 

제사 지내러 고향집에 갔다가 가져온 옛 사진입니다.

한번도 뵌 적이 없는 증조대 할아버지들 사진 들여다 보며 언제쯤 사진일까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짚으로 만든 멍석 깔고 그 위에 왕골 돗자리 깔았습니다.

 주안상을 앞에 두고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주안상 양쪽 옆으로 화분에 담긴 소나무와 장독 뚜껑에 담긴 대나무가 있습니다.

굵은 자갈과 대나무 잎이 마른것을 보니 꺾어다 꽂아둔 것으로 보입니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며 전통혼례때 상위에 올려두는 것이니 현재 혼인잔치 중입니다.

 주안상에는 각종 전이며 떡이 보입니다. 폐백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 아래 목기에는 유과가 한접시 담겨 외면을 당하고 있습니다.

상이 복잡해서인지 안주로는 어울리지(?) 않아서 내려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상위의 술병은 순수백자로 보이기도 하고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 같아 청화백자로 보이기도 합니다.

 맨 왼쪽에 앉아있는 분이 형제 중 제일 연장자 이신 큰형님 이시고 

오른쪽으로 가면서 나이 순대로 형제들이 자리 잡았고 뒷줄도 동생들입니다.

오늘의  혼주는 앞줄 가운데에 있는 할아버지 입니다.

기념촬영시 술잔을 들 수 있는 분들은 혼주 이상의 형님들입니다. 

잔치는 무르익었고 술도 얼큰히 취했습니다.

술잔은 종지 정도로 작습니다. 도수 높은 술이겠지요.

 아마 사발로 마시는 막걸리(탁주)는 아닌 듯하며 전통주로 여겨 집니다.

큰 형님은 다리가 있는 안경을 끼셨습니다.

지금부터 400여년전(16C말)에 안경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실을 꼬아 끈을 만들어 양쪽 귀에 걸어 사용하는 실다리 안경 이었지요. 

그후  다리를 귀에 걸치도록 한 꺾기다리 안경이 나온 것은 19세기 중엽이라고 합니다.

일단 19세기 중엽 이후의 사진이겠군요. 

모두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계십니다. 요즘 같으면 정장 차림이지요.

갓을 보니 챙이 짧습니다. 사극 보면 제법 넓던데 말이죠.

실제로 조선 중기에 보면 80cm 정도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뭐 우산 아니면 양산이죠.

그런데 대원군이 집권하던 1860년대에 갓 크기를 제한하고 줄이게 했다고 합니다.

또한 개항 후 서양 모자류의 영향으로 갓 크기가 작은 것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 사진은 대원군 집권 시절 이후가 되겠지요.

갓 아래 머리를 묶은 망건과 갓 안쪽의 탕건을 살피면 머리카락을 잘랐는지는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얼핏보면 짧은 머리에 갓을 쓴 것 같아 보입니다.

만약 머리를 짧게 깎았다면 1895년 을미개혁 이후 이겠지만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1882년 임오군란후 수신사로 일본에 간 박영효가 처음 사진관을 접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대개 1890년대 쯤 사진기가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는 사진찍으면 혼이 달아 난다고 해서 사진찍기를 기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발령을 전후해서 많은 사진관들이 생겨 났다고 합니다.

이유는 마지막으로 상투튼 모습을 남기려고 했기 때문이죠. 

뒷쪽에 여덟폭 화조병풍이 보입니다. 매화 그림, 새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병풍 오른쪽에도 한자가 쓰여진 조금 키큰  병풍이 있습니다.

그 앞쪽으로 멍석이 깔려 있을테고 손님상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병풍 뒤쪽으로 세워진 나무 기둥들이 있습니다. 위에는 보이지 않지만 천막이 처져 있었겠습니다. 

뒤에 보이는 집 처마에는 가로로 장대 하나가 매달려 있습니다.

이것은 시골 가면 흔히 볼수 있는 메주 시렁입니다.

메주를 만들어 짚으로 묶어 처마 아래에 매달아 놓는 곳이죠. 가끔 곶감도 말리는....

그리고 오른쪽 위 구석에 남포등이 보입니다.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남포등은 일본이나 서양상인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석유가 들어오면서 함께 들어와서 19세기말 부터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종합해서 결론을 내려야 겠군요.

적어도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 이후의 사진으로 보면 대충 맞지 않을까요?

  

'사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석불  (0) 2010.01.11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관음보살상  (0) 2009.10.30
영실(營實 )   (0) 2009.10.21
주산지 왕버드나무  (0) 2009.10.13
버스 승강장...이쯤은 되야죠.  (0) 2009.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