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

천마도 논쟁

석탈해 2009. 11. 10. 08:42

 

 

 

 

국보 제207호인 ‘천마도’의 모델이 과연 천마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특별전 출품을 위해 1973년 경주 황남동 155호분에서 발굴된 천마도를 적외선 촬영한 결과 해당 동물의 정수리 윗부분에서 추가로 드러난 세부 모양을 공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천마도를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그간 판독되지 않았던 외뿔 모양의 세부 그림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학계 일각에서는 다른 천마 상상도에는 없는 뿔의 존재를 들어 천마도의 주인공이 말이 아니라 용, 봉황과 같은 상상 속의 영험한 동물인 기린이라고 주장해왔다.

적외선 촬영으로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그림 속 동물의 정수리 위에는 사슴의 외뿔과 비슷한 모양의 그림이 완연하게 드러나 있다.

이 반달형 외뿔 모양은 “정수리 한가운데서 솟아났고 다른 주변 갈기 형태와도 확연하게 구별된다는 점에서 뿔이 틀림없고, 뿔을 가진 천마는 없다”는 점에서 기린의 일부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기린은 봉황처럼 성왕(聖王)이 세상에 나오기 직전 출현한다는 신령스러운 상상 속 동물로 이리의 얼굴을 한 머리 위에는 사슴의 뿔이 달렸고 몸과 다리는 말의 형상이며 꼬리는 소와 닮았다고 중국 ‘역전’ 등은 기록하고 있다.

보존처리를 위해 이 동물의 얼굴만을 적외선 촬영했던 1990년대 후반에도 뿔처럼 보이는 일부분이 드러나 천마도 모델이 ‘천마냐, 기린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미술사학자 이재중씨는 2000년 한 논문을 통해 “천마의 형상이 아니라 상상 속 동물인 기린이 맞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계 대부분은 그림이 전반적으로 승천하는 말의 모습을 닮았고, 자작나무 껍질로 된 말다래에 그려진 점 등을 근거로 천마를 형상화한 게 맞다는 입장이다.

 

기린 머리의 사슴뿔과 같이 신라 금관의 출(出)자 디자인도 사슴뿔을 본 딴 것이라고 한다. 사슴은 영물이다.

이 영험한 동물의 뿔을 통해 하늘의 힘이 왕의 머리 위에 내리게 된다.

금관의 뿔은 하늘과 소통하는 안테나였던 것이다.

뿔이 아니라 나뭇가지일 수도 있다. 그리스 도자기에 새겨진 디오니소스 신(神)은 반은 인간, 반은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나무 역시 하늘과 땅을 잇는 안테나 기능을 한다. 당나무나 솟대가 그렇다.

무당이 머리에 깃 따위를 꽂는 세움장식도 그런 안테나다.

단, 신라 금관이 무당의 모자를 본 땄는가는 논쟁거리다. 무당이 왕관을 본 땄을 수도 있다.

어쨌든 왕과 무당, 관과 뿔의 상관성은 분명해 보인다.

네덜란드의 저명한 종교학자 반 델 레우에 의하면 "(고대 사회에서) 왕은 동시에 사제다. 그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신들을 섬기나, 스스로 신적 힘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그 자신도 신으로 섬김을 받는다." 고 했다.

뿔을 통해서든 나무를 통해서든, 왕은 하늘의 힘을 받음으로써 비로소 왕이 된다. 이것은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하늘이 그 힘을 회수하는 즉시 왕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는 뜻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옛날의 착한 왕들은 머리에 안테나를 꽂고 하늘의 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오늘날도 좋은 정부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민심이 천심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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