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로쓰기

석탈해 2009. 12. 17. 22:05

 

 

나도 그렇다.

책은 가로 읽기가 편하다.

가로읽기로 된 책으로 처음 글을 배우고 읽었던 나로서는 당연하다. 요즘 거의 모든 책은 가로읽기 책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동양은 대부분 한자 문화권이었고 옛날에는 세로읽기가 대세였다.

방향도 오른쪽 상단에서 아래로 읽는 방법이었다.

그랬기에 동양화 감상도 우상에서 좌하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세종대왕때 만든 한글도 역시 그런 배경 하에서 만들어진 글자이므로 세로쓰기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발명된 지 수 천년된 한자나 수백 년 된 한글을 사용하면서 세로쓰기가 불편했다면 일찍이 가로쓰기로 고쳤을 것이다.

편하고 편하지 않은 것은 습관에서 오는 것이다. 익숙해지면 편해지는 것이다.

  산업혁명에 성공하고 원료와 상품시장 확보를 위해 아시아로 진출했던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서양 문물이 전해지고, 이후에도 이들 국가들이 세계를 좌우하는 선진국이 되다 보니 그들 문화의 영향을 받아 가로읽기가 일반화 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필기체로 영어를 세로쓰기 해보라.

절대로 이건 안 된다.

어떤 이는 눈이 가로로 찢어져 있으니 당연히 가로읽기가 과학적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TV 화면에서 눈길이 제일 먼저 가는 쪽을 실험해 보면 오른쪽 상단이라고 한다.

뉴스 화면에 여자 앵커가 오른쪽에 앉는 것도, 방송국 로고가 적히는 곳도 주로 오른쪽 상단 위쪽인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니 눈길이 제일 먼저 가는 곳 오른쪽 위고, 오른쪽 위쪽에서 아래로 쓰는 글이 결코 비과학적이라 볼 수 없는 것이다.

가로쓰기된 책을 읽으면 자연 고개가 좌우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너무 비약적인 이야기 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읽는 책 때문에 혹시 우리는 매사에 부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고,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적은 세상이 된 것은 아닐까?

옛 서적을 읽던 우리 선비들은 자연 고개를 상하로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았고, 서로 공경하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지 않았을까 한다.

요즘 청소년들의 비행을 보며 글쓰기 방향에도 딴지를 걸어 보며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본다.

지금 나도 가로쓰기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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