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아담해서 정겨운 한옥교회_영천 자천교회

석탈해 2012. 6. 7. 16:33

 

영천시 화북면에 가면 자천 교회가 있다.

아담한 흙 담장이 둘러싸고 있는 교회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은 나무로 된 종탑과 예배당이라는 현판이 붙은 우진각 지붕의 한옥이다.

흔히 우리가 상상하기 쉬운 뾰족한 첨탑을 가진 서양식 교회와는 거리가 멀다.

 

 

자천교회로 향하는 골목길

 

 

자천교회의 탄생은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897년경 대구를 중심으로 선교기지를 만들고 선교활동을 펴든 베어드 목사가 서울지역교육담당 목사로 발령나자, 이 지역 선교의 중요성을 인식한 목사는 그 자리를 손아래 처남인 아담스(James Edward Adams) 선교사에게 맡기게 된다.

대구 지역에 부임한 아담스 선교사는 1898년에 전도여행을 떠났다.

선교사 일행은 대구에서 출발해 영천을 거쳐 청송으로 길을 잡았는데, 마침 그와 반대로 경주 출신의 선비 권헌중은 혼란한 시국을 피해 청송을 새 거처로 삼아 살고자 했으나 그마저 여의치 않자 다시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찾아 대구로 길을 나서고 있었다.

 

두 일행은 영천과 청송을 잇는 고개인 노귀재에서 마주치게 된다.

노비들 가운데 난생 처음 보는 외국인을 보고 괴물이라 여겨 소리를 지르는 이도 있었지만 권헌중은 아담스를 알아보았다.

비록 서툰 우리말이지만 아담스와의 대화를 통해 깊은 감명을 받은 권헌중은 이 곳 자천리에 작은 초가를 마련하고 거기에 머물며 아담스에게 교리를 배우게 된다.

그의 집 사랑방은 예배당이자 마을서당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자천교회의 출발이다.

 

 

 

한국 기독교 사적 제2호 자천교회 예배당

 

 

 예배당 앞 담장 나무아래에 있는 설립자 권헌중 장로의 묘

 

 

 

 

아치형 제단

 

 

예배당 안에 들어서면 천장은 서까래 구조가 드러나는 식이다.

중앙에 네 개의 기둥이 있고 가운데는 판자로 벽을 만들어 교회 내부를 좌우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고 남녀가 분리된 공간에서 예배를 보게 하였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유교적 사고방식이 반영된 것이다.

당시 성당이든 교회든 다 마찬가지였는데 여기처럼 아예 장벽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천으로 가림막을 치고 남녀가 따로 앉아서 예배를 보았던 것이다.

 

 

 제단에서 보면 가운데 벽 좌우측 남녀 신도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예배당 뒤쪽에 있는 온돌방

 

 

바닥은 마루로 되어 있는데 원래 출입문이 있던 곳에는 온돌을 깔았다.

예배 외에 신자들이 모여 성경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교인이라고 해야 처음에는 머슴과 노비가 전부인 상황이었지만 점차 교인들이 늘어나자 아담스의 권유도 있고 해서 권헌중은 예배당을 새로 지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보통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권헌중은 경찰주재소와 면사무소 건물을 지어준다는 조건으로 교회 신축을 허가 받았다.

현재 정확한 완공일자는 알 수 없지만 면사무소 등기부에는 이미 1904년 목조기와 건물로 등록이 된 것으로 보아 자천교회는 1903년 4월을 헌당일로 잡고 있다.

 

 

 

 

종탑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

 

처음 교회를 지을 때 마련했던 종은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무기를 만들기 위해 일제가 온갖 쇠붙이를 공출할 때 빼앗기고 지금 종은 1948년에 다시 단 것이라고 한다.

영천, 포항 지역은 한국전쟁 때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물론 이 마을도 전화를 피해갈 수 없는 처지였다.

당시 미공군기의 공습이 심해지자 신자들은 기지를 짜 냈다.

교회 지붕에 올라가 횟가루로 ‘CHURCH'라고 글씨를 크게 썼고 그 때문에 공습으로부터 교회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한다.

 

 

자천교회 안에는 예배당 말고 한옥이 하나 더 있다.

원래 권헌중의 소유였으나 가세가 기울면서 빚 대신 넘겨준 것이었는데 2007년 김경환 선생으로 부터 기증받아 새단장을 하고 자천교회의 교육관으로 쓰이고 있다.

근대 한옥의 전형을 보여주는 전국 유일의 한옥교육관으로 권헌중이 자천교회 내에 설립했던 신성학당의 전통과 뜻을 이어받은 배움터 역할을 하고 있다.

 

 

 

 

 

 

 

 

 

 

왕 보리수 열매

 

우물가에는 천식, 기관지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지는 왕 보리수 열매가 빨갛게 익어간다. 

 

 

호두 나무 

 

 

영천에 가면 개신교사와 우리나라 건축사 연구의 자료적 가치가 있고,

보면 볼수록 정겨운 옛날식 한옥으로 된 아담한 자천교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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