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를 벗어나니 길가에 농촌 들판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곳은 2기작이 가능한 지역이라 이미 벼를 한번 베어내고 두 번째 심은 모습이다.
일부는 아직 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베트남은 세계 쌀 3대 수출국에 속한다고 한다.
논 여기저기에는 오리떼들이 해충들을 잡아먹고 돌아다니는데 그야말로 무공해 유기농인 셈이다.
특이한 것은 논 사이사이에 비석같은 콘크리트 구조물 들이 보이는데 무덤이라고 한다.
조금만 땅을 파도 물이 나오는 곳이라, 사람이 죽으면 묻어도 썩지 않아서, 일단 가묘를 쓰고 3년 뒤 파내 화장한 뒤 유골함에 넣고 그들이 일하는 집 주위 농토 주변에 방수처리한 본묘를 꾸민다고 한다.
풍수지리를 믿어 지관을 불러 이왕이면 좋은 방향을 택해서 무덤을 만든다.
길가의 집들은 길가 쪽의 폭이 일률적으로 4m정도이다. 그래서 집들을 길쭉하게 짓는데 이러한 형태의 집은 대도시인 하노이에서도 거의 같다.
나라에서 길가 쪽을 4m정도로 분양해 준 탓도 있지만 건물 짓는 기술이 부족해 폭 넓은 집을 짓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집들의 폭은 좁지만 프랑스 식민시절의 영향을 받아 조그만 집도 나름대로 프랑스식 테라스를 만들어 외관을 꾸민다.
그리고 문 앞에는 자바라를 만들어 두거나 창문에는 방범 창살을 설치하는데, 이는 외세침략을 많이 받은 탓에 베트남 사람들은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도 모를 자기네 화폐나 은행을 믿기 보다는 달러나 금을 모아 집안에 숨겨두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둑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시근장치가 많을수록 재산이 많다는 얘기다.
길가의 가게들이 띄엄띄엄 이어지는데 대개 음료수 캔 몇 개 술 몇 병을 내놓고 무료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에 과연 몇 개나 팔릴까?’ 궁금했다.
2시간 정도 달리니 난빈 지역에 들어섰다.
석회암 지대인데 여기저기에 산 전체를 석회석 채취를 위해 깎아내는 모습이 보인다.
우선 힘든 경제 때문인지 보존 보다는 개발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15시 10분에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리는 땀꼽 관광을 했다.
수로를 따라 사공인 베트남 여인이 대나무로 만든 삼판배를 막대기로 밀어 앞으로 나가면서 관광객들에게 주위의 자연경관을 보여주는데 석회석이 침식하며 빚은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난빈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국도 주변의 가로수는 유도화가 많다. 이는 독성이 많은 나무를 심어 두더지를 막고 땅의 좋지 않은 기운을 끌어내기 위함이라고 한다.
국도에서 가끔 교통경찰관이 보이는데 과속을 단속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속도를 측정하는 스피드건이 없다. 눈이 스피드건인 셈이다. 국도는 60km정도로 달려야 하는데 단속에 걸리면 면허증에 구멍을 뚫는다. 3개 뚫리면 면허정지라고 한다.
길옆으로 스치는 농촌의 집 앞에는 대개 연못이 있고, 집 주변에는 바나나 나무가 많은데 집 앞에 연못을 두면 좋다는 풍수를 믿어서이고 바나나를 심는 것은 줄기에서 나오는 독특한 향을 뱀이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창 밖으로 한 차례의 스콜이 내린다. 이곳에서는 지금이 우기라 이렇게 자주 비가 온다.
하노이로 들어와 중심가(바딘)에 위치한 특급호텔인 대우호텔에서 뷔페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대우호텔은 한국이 70%, 베트남 전력공사 하넬이 30%의 지분을 소지한 베트남 최대의 호텔이다.
특히 호텔 정원 가운데에 있는 수영장이 인상 깊었다.
다시 우리가 여장를 풀었던 FORTUNA 호텔로 다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하루 종일 찌든 옷을 갈아입었다. 땀을 많이 흘렸더니 쉰내마저 난다.
샤워 후 경상도에서 같이 간 선생님들과 호텔 주변 거리를 거닐었다. 공원에서는 음악을 틀어놓고 수십 명의 남녀가 강사의 구령에 따라 땀을 흘려가며 에어로빅을 하고 있었다.
길가의 가게들 앞에는 플라스틱 탁자와 의자에 삼삼오오 둘러 앉아 ‘쌀국수’ 등으로 늦은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거리는 온통 오토바이가 넘쳐나서 길을 건너기 다니기가 어려웠지만 피하려 하면 오히려 다친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천천히 건넜다.
그랬더니 오토바이가 알아서들 피해 간다.
구멍가게 같은 곳에서 맥주, 과일 등을 사서 호텔로 와서 마시며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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