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베트남: 하노이 (2005년 8월 16일)

석탈해 2009. 9. 1. 10:24

2005년 8월 16일 (화요일)

아침에 모닝콜 하기 전에 일어나 호텔 밖을 나가 보았다.

엄청난 오토바이 행렬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지난다.

한 시간만 길가에 서 있으면 앞으로 평생 볼 오토바이 보다 많이 볼 거라는 현지 가이드의 말이 이해가 갔다.

호텔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오토바이 택시 기사가 다가와 오토바이 타고 시내를 한번 돌아보라고 서툰 영어로 호객을 한다.

시간은 충분했지만 낮선 곳이라 거절했다.

 

 

 

 

 

 

 

 

 

 

식사 후 9시 30분에 풍남고등학교를 방문했다.

방학기간이지만 학부모의 요청에 의해 보충수업을 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보던 허름한 집과는 달리 풍남고등학교 주변은 제법 깨끗한 집들이 모여 있어서 이 나라에서 어느 정도 부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보였다.

이 학교는 사립학교로 초.중.고가 한울타리 안에서 같이 운영되고 있었고 주변지역의 부유한집 자제들이 입학해 공부하고 있다.

교문 양옆 공터에는 학생들과 선생님이 타고 온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빼곡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에 빨간 머플러를 두른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몰려들었다.

교정 곳곳에서 이방인을 보고 몰려드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다를 바는 없었다.

저들끼리 ‘까르르‘ 웃으면서 사진 찍는데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수업시작과 마침 종은 북소리로 알렸다. 교문 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통로에는 북을 전담해서 치는 수위가 있었다.

시간에 맞춰 '둥! 둥!'하고 북을 치면 여기에 따라 수업이 시작되고 끝났다.

안내를 따라 학교장과의 간담회장으로 갔다.

회의실 같은 곳이었는데 통역은 하노이 국립외대 한국어과 3학년 여학생이 맡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교에서 급식하나 상급학교 학생들은 11시경에 집에 갔다가 점심 먹고 쉬다가 14시 경에 다시 학교 와서 공부한다고 한다.

간단한 이야기는 통하지만 좀 어려운 단어가 들어가면 제대로 통역이 되질 않아 의사 전달에는 한계가 있었다.

베트남 글자는 17세기 초에 프랑스 선교사들이 포교 활동을 하다 어려운 한자를 대신하여 베트남 말을 로마자로 표기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알렉산드르 드 로드에 의해서 완성되었다. 그 뒤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가 되자 1907년부터 베트남 국민들의 문자 생활에서 한자를 완전히 없애고 현재의 로마자로 된 베트남 글을 보급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 한자에서 유래한 단어가 많다보니 베트남글로 표기해도 무슨 뜻인지 이해가는 단어가 더러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학교에 화장실을 가보니 NAM, NU등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남(NAM), 여(NU)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후텁지근한 날씨에다 습도가 높아서 등에 땀이 줄줄 흐른다.

교문 밖에는 여자친구를 데려 가려고 왔는지 오토바이 탄 얼굴 빤지르르한 남학생 몇 명이 서성거린다.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에 위치하며 길이가 무려 1750km에 달하는 길쭉한 나라이다.

동서로는 700km가 가장 길고 중부지역에 가면 45km정도가 가장 폭이 짧은 곳이다.

남북한 영토의 1.5배 정도이며 8천만명의 인구가 산다.

인구의 40%가 27세 미만이다.

베트남은 전쟁 후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서 지금은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2명 이상을 낳지 않도록 산아제한 정책을 쓰지만 지방의 농촌에서는 자식이 곧 노동력이므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대도시로 인구 이동을 막기 위해 이주할 때는 반드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무단이탈해 도시로 흘러 들어오면 본인 이름으로 재산취득은 불가능하다.

길이가 긴 나라이나 우리처럼 고속도로가 없고 국도 정도의 도로가 전부이다. 때문에 남북의 물류 이동이 쉽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기업 투자도 남부 지역에 많다. 베트남에는 현재 우리 기업이 890여개가 들어와 있다.

11시 15분 난빈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우리가 타고 다닌 버스는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것으로 이 곳의 교포가 설립한 관광회사 소속이다.

베트남에서 자주 만나는 우리 차는 현지조립공장이 있는 대우자동차다. 가끔씩 마티즈 자동차를 만나면 반갑다. 택시로도 마티즈차를 많이 사용하는데 택시는 차의 크기와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고 하며 단거리는 소형택시, 장거리는 중형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난빈으로 이동 하는데는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노이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온통 오토바이 행렬이다. 차량과 오토바이가 뒤엉켜 물결을 이루고 도로를 흘러 다닌다.

틈만 나면 오토바이가 비집고 들어오는데 교통사고 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헬멧을 쓰고 운행하는 오토바이는 거의 없다.

베트남 정부가 헬멧 착용을 의무화 하려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거의 없는 국민들의 시위로 중단했다고 한다.

국민들의 요구는 헬멧 쓰고 더위에 떠 죽느니 위험하지만 쓰지 않는 게 건강에 더 좋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가이드는 손님에게서 다음의 2가지 질문은 받지 않는다고 농담을 했다.

첫째는 식물이름이요, 둘째는 저 많은 오토바이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는 질문 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