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베트남: 수상인형극 (2005년 8월 18일)

석탈해 2009. 9. 1. 10:41

하노이로 돌아오는 길에 스콜이 또 퍼붓는다.

창 밖으로 빗속에 물소를 타고 태연히 집으로 향하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하노이로 돌아와서 수상인형극을 관람하러 갔다.

수상인형극은 11세기  베트남 리왕조 시대에 농촌에서 자연 발생한 민속놀이이다.

무대 뒤 물속에서 사람들이 막대기를 이용하여 무대 앞쪽 물위의 인형들을 움직여 극을 하는 것이다. 막대기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물이 흐리다.

무대 옆에서는 베트남 전통노래와 악기를 물위의 인형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연주한다.

농부들의 삶과 생활상, 전설과 설화, 베트남 역사 등16개의 테마로 약 50여분 공연하는데 흥미를 돋우기 위해 불꽃놀이도 하고 연기, 안개 등을 만들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엄청난 체력을 요하기 때문에 현지인들 중 비교적 체격이 큰 사람을 뽑아서 연습을 시킨다고 한다.

수상인형의 움직임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나 동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모두 그들의 손재주에 감탄하고 공연이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가 절로 쏟아진다.

 

 

 

 


저녁 식사 후 하노이 노바이 국제공항으로 갔다.

23시 30분, 우리일행을 태운 비행기는 저 멀리 하노이의 불빛을 아래에 두고 밤하늘을 날아올랐다.

베트남전쟁이 가져다준 특수가 우리경제의 초석이 되어 오늘날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베트남 가기 전에 못사는 후진국에 간다며 우쭐한 마음을 가졌던 것이 새삼 미안스럽고, 2차 세계대전 후 분단의 아픔을 가진 삼국 중에서 독일과 베트남은 통일되고 우리만이 아직도 남북이 갈라져 있는 현실을 생각하니 통일된 조국을 가진 그들이 이 순간 한편으로 부럽다.

베트남의 아름다운 산천과 그들의 소박한 미소를 떠올리며 잠을 청하다보니 새벽녘이 되었고 곧 착륙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시계를 우리나라 시간으로 맞추기 위한 2시간 뒤로 돌린다.

내가 그럼 2시간 젊었다가 다시 본래대로 돌아온 걸까?

인천국제공항에서 우리 일행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