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구룡포에서...

석탈해 2009. 9. 2. 09:08

구룡포 인근 포철산기 연수원에서 가족과 더불어 지인들과 하룻밤을 보내고
곤히 잠든 이른새벽에 인근 어촌을 돌아보았다.

 


한때 동해안 최대의 어업전진 기지였던 구룡포항.
고래잡이 배들이 들어오면 항구는 넘쳐나는 돈으로 활기가 넘쳤으리라.
항구옆 선술집엔 취기가 오른 어부들의 젓가락 장단이 절로 흘러 나왔을텐데
포경업이 금지되고 한때 오징어 잡이로 활로를 찾았지만 이제 그 오징어 마저 잘 잡히지 않는다.
발이 묶인 오징어 잡이 배들은 기약없는 기다림으로 또 하루를 맞는다.


구룡포에서 인접한 어촌의 이른 아침, 아직도 꺼지지 않은 가로등 불빛이 바닷물을 가르고 있었다.
벌써 어장에 나갔던 배들은 포구로 돌아오고 있다.

 

 


저녁에 쳐둔 그물을 걷으러 나간 아저씨 배가 멀리 보이자 아주머니는 배를 맞을 준비를 한다.
하지만 오늘도 빈 그물로 배는 돌아왔다.
고작 갑오징어 몇마리...아주머니는 귀찮은 듯 떼어서 '물회라도 해 드시이소'하면서 동네 노인에게 건넨다.
평생을 바다를 보고 살아 왔지만 바다에서 더 이상 기대를 걸 수 없는 어부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패인다.
물고기는 잡히지 않고 기름값은 계속올라 이제 출어하기도 어렵다고 한 숨을 쉰다.

 


그래도 평생 당기던 어망끝을 놓을 수는 없는게 어부들의 마음인가 보다.
다시 뱀장어 잡이 통발에 과메기 만들고 남은 꽁치머리와 뼈로 미끼를 채운다.
뭘 잡는 통발이냐는 물음에 대답대신 퉁명스럽게 답한다.
'이래 가지고 뭐해 묵고 살겠능교'


바다는 예전에도 푸르고 지금도 푸르다.
하지만 바다를 바라보는 어부의 마음은 바다색으로 멍들었다.
방파제에는 밤새워 낚시를 하던 낚시꾼 서너명이 손가락만한 물고기 몇 마리 넣은 어망을
옆에두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뱃전에서 떨어지는 물고기로 아침을 해결하던 갈매기도
이제는 열심히 먹을 것을 찾아야만 한다.


다들 사는게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토인비가 자연의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이 인간 사회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 시켜 왔다고 했듯이
도전해야 되겠지요, 그리고 다시 일어서야죠.
바닷가 바위 위에서 모진 파도와 태풍을 견디며,
자연에 순응해 바위뒤로 가지를 숨겨 바람을 이기는 저 소나무의 지혜 처럼,
우리 어부님들도 파도와 태풍을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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