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운문사 공양간에서 오랜만에 장작 지핀 아궁이와 무쇠솥을 보았다.
타닥 타닥 타들어가는 아궁이의 장작불 ...불 지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재미가 솔솔하다는 걸 모른다.
나무가지 잘라 투박하게 만든 부지갱이는 이제 한시름 놓고 아궁이 옆에 비스듬히 누워 허리를 곧춘다.
연기 거을린 벽 뒷방 누렇게 탄 아랫목 장판위에는 큰 스님 계실런지...
예전에 우리 할머니 겨우내 신고 계셨던 털신도 보인다.
기둥에 달린 둥근 시계는 11시 30분을 넘겼고, 속세보다 빠른 산사의 점심공양은 벌써 끝났는지
비구승 두 분은 뒷정리 하느라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