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학산(飛鶴山)은 포항시 신광면에 있는 해발 762.3m의 산이다.
알을 품던 학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으로 상륙한 태풍 '탈라스'의 여파로 바람이 다소 강하지만 산행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그대로 강행했다.
태풍 이름이 '탈라스'라고 하니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군 고선지가 이슬람군과 격돌한 '탈라스 전투'가 떠오른다.
그 전투에서 고선지가 이겼으면 어떻게 역사가 바뀌었을까?
비학산쪽으로 가는 길이다.
저 앞에 뾰족하게 솟아오른 산이 비학산이다.
멀리서 봐도 정상으로 갈수록 산이 매우 가파르게 보인다.
비학산 아래 등산로 초입에 있는 법광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절이다.
한때 대웅전을 비롯하여 이층 금당과 오백이십오간(間)의 당우(堂宇)가 있는 대사찰이었으나 조선 철종 때에 화재로 그만 폐사가 되고 말았다.
1938년 다시 재건하기는 하였으나 그 규모는 암자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법광사 뒤쪽 밭터에는 석가불사리탑, 연화불상좌대, 주초석 등 많은 유적이 흩어져 있어서 그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한때 법광사에 묵었던 매월당 김시습의 시가 다음과 같이 전한다.
宿新光縣法廣寺(신광현 법광사에 묵으며)
梅月堂 金時習(1435~1493)
古壁丹靑剝 옛 벽의 단청은 떨어져 나가고
經營歲月深 흘러간 세월 오래기도 하구나
鳥啼人正靜 새는 지저귀나 사람은 참으로 고요하고
花落葉成陰 꽃은 지나 잎은 그늘을 이루었네
芳草沿階綠 향기로운 풀 섬돌을 따라 짙고
淸風入樹陰 맑은 바람 나무그늘에 불어온다
別峰啼謝豹 딴봉(別峰)에서 호소하듯 울부짓는 표범소리
忽起故山心 문득 옛 동산의 마음을 일깨우네
이제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중턱 바위 위에 올라 내려다 보면 저 아래 신광 들판과, 저 멀리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봐도 가파를것 같았는데 예상대로다.
비학산은 올라가는 길이 몇 개 있지만 지금 가는 길은 처음부터 거의 경사만 계속된다.
로프를 잡고 계속 오르니 숨도 차다.
파미르고원과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원정길에 나섰던 고선지 군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상까지 191m가 남았다.
세계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우샤인 볼트가 200m를 19초40에 뛰었으니 늦어도 5분내에는 정상에 도착할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계산해 보니 15분이나 걸렸다. 뭐했지?
산 정상 동편 중턱에 볼록한 봉우리를 동진혈이라 하는데 이 부근에 묘를 쓰면 자손이 잘 된다 하고, 또 묘를 쓰고는 멀리 떠나야 흥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비학산에 묘를 쓰면 가뭄이 든다는 전설도 있어서 가뭄이 들면 인근주민들이 묘를 파헤치기도 해서 송사가 잦다고 한다.
등산할때 쓴 모자를 정상 표지석에 씌우고 찍었다.
비학산 정상 옆 헬기장에는 먼저 산행한 사람들이 잠시 쉬고 있다.
아예 누워서 잠을 청하는 무리도 보인다.
내려다 본 비학지맥의 산세는 역시 수려하다.
하산길.... 발걸음 가볍게 내려온다.
법광사 한 건물 처마 아래에 말벌집이 달려있다.
사람 머리통만 하다. 이럴때는 가까이 하지 않는것이 상책이다.
'탈라스' 태풍이 몰고온 바람에 분주해진 법광사 풍경소리 들으며 2011년 9월 7일, 비학산 나홀로 산행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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