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향로봉 가는길

석탈해 2011. 8. 19. 10:04

 등산에 필이 꽂혔다.

적어도 한 달 사이에 다섯 차례 산을 오른것만 보면 그렇다.

오늘은 내연산 향로봉으로 향했다.

 


 

1) 망태 버섯

  향로봉으로 향하다 한땀 한땀 장인의 솜씨로 만든 노란 그물드레스를 입은 우아한 자태의 귀부인 같은 버섯을 발견했다.

노란 망태버섯이다.

망태버섯은 보통 7~8월 장마철 새벽녘에 피기 시작해 자루가 성장하고 망태가 펼쳐지고 난 뒤 2~3시간 정도 지나면 망태가 사그라져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하루살이 버섯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망태버섯은 흰 망태 버섯과 노란 망태버섯이 있는데 그 중에도 흰 망태 버섯은 대나무밭에서 나며 혈압,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데 효과가 있는 식용버섯이며, 중국에서는 불도장 등 고급 요리재료로 쓰이고 있다.

노란 망태버섯은 잡목림 사이 어둡고 그늘진 곳에서 피어나며 노란 치마를 두른 외모와는 달리 고약한 냄새가 나며 독버섯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참고: 흰 망태버섯 사진 [http://cafe.daum.net/arthill 에서 퍼온 사진임]

 

 

 

2) 꽃밭등

  시골 살았던 경험이 있는 현재 중년의 머슴아들에게는 누구나 산에 소꼴 먹이러 다니던 기억이 있지 싶다.

진달래가 만발했던 산등성이에 소를 풀어놓으면 소들은 스스로 입 벌이를 했다.

이때 고삐가 나무에 감겨 소가 오도 가도 못하게 되면 곤란하므로 고삐를 두 뿔에 칭칭 감아 풀리지 않게 해두어야 한다.

소들이 풀을 뜯는 동안 애들은 나무아래서 장기를 두거나 떼를 지어 놀았다.

향로봉 가는 길에 지나는 꽃밭등이 바로 그런 곳이다.

골짜기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되고 키 작은 진달래 대신 참나무들이 크면서 이곳의 주인이 바뀌고 꽃밭등이라는 추억의 지명만 남게 되었다.

 

 

 

3) 향로봉

  습기를 가득 품은 안개가 잔뜩 끼었다.

나뭇잎에 부딪친 안개는 이파리 끝에 모여 방울방울 이슬을 토해냈다.

우유빛 필터를 끼운 렌즈로 보는 세상 사이로 난 길을 조심스레 오르니 정상이다.

내연산 향로봉은 해발 930m 정도지만 접근 거리가 멀어서 쉽지 않았다.

산 아래도 뿌옇게 되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안개뿐이다.

향로봉에서 내려오니 7시간이 소요되었다.

거의 녹초가 될 지경이다.

그래도 완주했음에 뿌듯하다.

산에는 꾸밈없이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고된 발걸음을 옮긴이에게만 정상을 허락하는 콧대 높은 봉우리가 있다.

이제 한 달간의 방학기간이 끝났다.

지금처럼 자주 오르지는 못 하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산은 계속 가까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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