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행 일기 (1)

석탈해 2011. 7. 23. 13:21

 

 

일본으로 비켜간 태풍의 간접 영향을 받아 동해안 지방은 요 며칠 선선하다.

옆자리 이(李) 선생과 4일전에 산행이야기를 하다가 함께 가기로 약속했고,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해서 오늘 날을 잡아 실행에 옮겼다.

 

파란선이 오늘 산행할 코스다.

높이 775m의 천령산은 보경사로 유명한 내연산 도립공원지역에 있는 산이다.

이 산의 주봉은 우척봉이다.

방과 후 수업 3교시를 마치고 간단한 점심식사 후 보경사로 향했다.

보경사 주차장에서 다리건너 좌측 능선을 타고 오른다.

초입에는 가파른 경사가 한동안 계속된다.

일상에서 운동을 멀리하고 있었던 효과가 난다.

심장도 쿵쾅거리고 숨이 차다.

평소 등산을 즐기고 조기 축구 까지 하는 이 선생은 날다람쥐 같다.

저만치 내가 오길 기다리다 헐떡거리며 따라가면 다시 저 만큼 앞서 가버린다.

30분 이상을 그렇게 오르고 나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 듯 호흡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비석에 정부인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제법 관직에 오른 양반집 무덤이다.

 

 

 

   

 

평일이라 등산객은 거의 없다.

우척봉으로 오르는 중간에 맨발로 내려오는 부부를 봤을 뿐이다.

쭉쭉 뻗은 참나무와 참나무 특유의 향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정상으로 갈수록 부드러운 흙길과 참나무 낙엽이 쌓여 퇴비가 되어가는 낙엽길을 밟는 느낌도 좋다.

날 다람쥐 선생님은 내가 힘들어 하니까 벌써부터 카메라를 받아 들었다.

평소에는 사진 뒤에 있던 내가 오늘은 사진 속으로 자주 들어오게 된 이유다.

 

 

 

 

 

우척봉(牛脊峰)은 멀리서 보면 소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중간에 거의 쉬지 않고 소등에 올랐는데도 두 시간 정도 걸렸다.

여기서 하산 길은 내연산 계곡 시명리 쪽으로 내려가 계곡을 끼고 트래킹 할 예정이다.

 

 

우척봉에서 본 주변 산......흐린 날씨라 산 봉우리들이 구름에 가려 있다.

 

 

 

 

가파른 길을 타고 30여분 정도 내려오니 시명리 앞 계곡에 다다랐다.

깊은 산중 시명리는 옛날 옛날에 화전민들이 들어와 살았다 한다.

지금은 민가는 없고 돌담의 흔적과 옛 마을의 이름만 남아 등산객들의 이정표 구실을 한다.

 

 

이제 내연산 계곡을 따라 7km를 절벽을 피해 계곡 이쪽저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계곡에는 12개의 폭포가 있다.

어떤 폭포는 오솔길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 볼 수 있기에, 발이 천근만근인 상태로는 도저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 엄두가 나질 않아 포기하고 가까이 있는 폭포만 보고 가기로 했다.

중간에 우리와는 반대편에 있는 산인 문수봉을 올라갔다가 내연산 계곡으로 내려온 60대 아저씨들을 만났다.

산행 시간을 물으니 거의 우리와 같았다.

힘들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나도 계단 구간은 무릎에 무리가 와서 주춤주춤 거리며 내려가는 형편이 이었다.

 

 

 

함께한 이 선생님, 전혀 지친 표정이 없다. 암석 구간에서 잠시 멈추고 사진 한장 찍었다.

 

 

 

구름다리 가운데에서 맥주 한캔... 잠시 피곤함을 잊어 버렸다.

 

 

은폭 위에서....

 

 

 

 

 

위에서 내려다 본 연산 폭포.

내연산 폭포중 가장 규모가 큰 폭포다.

내연산(內延山) 에서 '내'를 뺀 명칭이다.

 

 

길을 돌아 오면 연산폭포 아래로 가는 구름다리가 있다.

 

 

연산 폭포이다.

물줄기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적신다.

보고만 있어도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하다.

 

 

괜히 무드 잡아 봤다.

날 다람쥐 선생님은 이 자세로  누드 사진이면 더 좋은 사진이 나올거라고 한다.

뭐~ '폭포와 뱃살'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되겠지만....이럴때는 사양지심.

 

 

 

 관음폭으로 이 주변의 경치가 절경이다.

 내연산을 소개할때 대표로 나오는 폭포이기도 하다.

 

 

 

조선후기에 진경산수화라고 하여 중국의 화풍에서 벗어나 우리 산천의 멋과 아름다움을 직접 화폭에 담았던 겸재 정선이 이 곳 청하현감(1733~1734)을 지냈는데, 당시 내연산에 올라 그린 그림인 ‘내연산삼용추도’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림을 보니 바로 위의 관음폭포 앞인것 같고, 떨어지는 물의 양을 보니 비가 많이 오고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날이다.

겸재와 영감님들이 경치와 더불어 약주를 즐기며 놀고 있는 그림속의 장소는, 지금도 많이 사람들이 자리 펴고 쉬는 자리다.

 

 

 

 무풍(無風) 폭포.

 관음폭 아래 바람을 맞지 않는 폭포란 뜻이다.

 폭포 아래 30여 미터에 걸쳐 암반 위를 뚫고 형성된 아주 좁은 바위틈으로 물이 흐르다 보니 이런 명칭이 붙였다고 한다.

 

 

 

 

상생(相生) 폭포 입니다.

 쌍둥이 폭포라는 의미의 쌍폭이란 명칭이 예전에는 쓰였다고 한다.

 

 

보경사 앞에 왔습니다. 장장 5시간이 넘는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입니다.

 

 

 

먼지털이 시설이 주차장 가는 길에 있다.

압축 공기를 이용해 산행중에 옷과 신발에 묻은 흙과 먼지를 털어 내도록 하는 장치이다. 

포항시에서 설치했는데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에 대한 작은 배려이지만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런 시설은 다른 곳에도 보급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에 출근했는데 다음 코스를 잡는 날 다람쥐 이 선생님 때문에 깜짝 놀랐다.

입 빼고 온 몸이 다 아픈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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