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갈것 없습니다.
도심 주변에도 숲이 있고 길이 있는데, 오늘 처럼 수은주가 섭씨 32도를 오르내리는 날에는 더욱 더 그렇다는 날다람쥐 이선생님 이야기 대로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동료 여직원 세분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야산길로 접어듭니다.
오늘은 왕복 총 8km 정도로 잠시 쉬더라도 두어 시간이면 돌아올 것 같습니다.
출발한지 불과 백여미터 정도 왔는데 양쪽으로 우거진 소나무 숲입니다.
그늘이 이어지기 때문에 오늘같은 날씨에는 정말 이런 길이 제격인것 같습니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간 흔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물망으로 울타리를 해 놓은 구간을 지나갑니다.
안쪽으로 보니 표고 버섯을 키우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농장인가 봅니다.
울타리는 멧돼지든 돼지 닮은 사람이든 들어오지 마시라는 이야기 입니다.
소나무 묘목을 키우는 밭입니다.
가는길에 대각사라는 절이 있어서 잠시 들러봅니다.
절 마당에 꽃이 예쁩니다.
자세를 낮추어 촬영하니 마당이 꽃으로 뒤덮힌것 처럼 보입니다.
키다리 꽃이라 합니다.
어릴때 많이 보았는데 오랜만입니다.
절 담장에 걸쳐있는 대추는 8월 땡볕에 영글어갑니다.
천마지를 오른쪽으로 두고 산으로 길이 이어집니다.
도라지 꽃을 사마귀 한마리가 끌어안고 있습니다.
오늘 암컷에게 꽃 선물할 일이 있나 봅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선점했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것 같아서 가던길을 재촉해 갑니다.
나즈막한 잔솔 숲 경사길을 오르면 묘지가 한기 나타납니다.
묘지 옆에는 거북등에 올라서 있는 문인석이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가 달아나고 없습니다.
거북조각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낸 모습으로 아주 사실적입니다.
무덤의 비석도 누군가에 의해 파손된 흔적이 역력합니다.
통정 대부로 시작 되는 것으로 보아 정삼품 벼슬을 지낸 문관인것 같은데 무슨 억한 심정이 있어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궁금해 집니다.
소나무 숲 사이로 저멀리 영일만 신항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학지맥 진득재라고 표시한 곳을 지납니다. 준.희는 누구일까요?
비교적 평탄한 산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비온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인지 솔가리(경상도에서는 깔비라고 부름) 사이로 버섯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오늘같이 햇살이 강한 날은 역시 그늘이 이어지는 이런 길이 좋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껴봅니다.
길옆 돌배나무에는 작은 돌배 하나가 외롭게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습니다.
산길은 인생처럼 구불구불 오솔길도 있고
앞이 확 트인 넓고 곧은길도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9시간 산행 했다는 날다람쥐 이선생님은 이 길 정도는 앞마당 산책하듯 걷습니다.
산을 사랑하는 등산객 모든분!
길 바닥에 작은 개미집이 많아요. 조심 조심!
살아있는 생명은 보호해주세요!
초등학생들 운동장 조회 하는 것 처럼 줄이 구불구불해도 자연사랑하는 마음은 전해져 옵니다.
좀 쉬어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눈 앞에 거짓말 처럼 평상이 나옵니다.
물 한모금 마시고 잠시 쉽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평상에 그늘을 만들어 주는 외솔배기 같은 떡깔나무가 있습니다.
누군가 그 고마움을 지팡이 선물로 표시했습니다.
비학지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힘힘 내세요!
이번에는 준.희가 아니고 희.준이라 적었네요.
누구 누구일까요?
어쨌든 고맙습니다. 힘내서 계속갑니다.
패랭이 꽃입니다.
잡초 무성한 밭을 원두막이 지키고 있습니다.
여기가 돌아가야 할 반환점입니다.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갑니다.
되돌아 가는 길에...
내 인생도 반환점을 돌았겠구나 하며 걷는데
마른 나무 끝에 매미 허물이 매달려 있는 보입니다.
7년을 땅속에 지내다 한날 한시에 한쌍이 사이좋게 같이 나와서 허물을 벗은 듯 합니다.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 매미는 열흘정도 살다가 죽는다고 합니다.
매미는 수컷이 울고 암컷은 울지 않습니다.
수컷은 열흘간 목청 높여 노래하며 구애하고, 암컷과 함께 번식을 마친뒤 운명을 다 합니다.
사람들은 매미로 고작 열흘 산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매미에게는 하루가 10년 정도로 생각이 된다면,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사는 것이 됩니다.
제 생각에 시간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상대적이니까요.
들국화...
싸리꽃....싸리 나무에 피는꽃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자세히 보면 달개비꽃 같기도 하면서 꽃이 예쁩니다.
가지 친 소나무가 여기 저기 있습니다.
부엌 아궁이에 군불지펴 밥해먹던 시절에는 저런 나무가 썩을 정도로 방치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벌써 누군가 땔감으로 챙겨 갔을텐데 말이죠.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별빛아래 머물때.....
도심과 멀지 않은 야산길이라 밤에 별빛 달빛을 벗 삼아 걸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카시나무에도 열매가 완두콩처럼 열립니다.
이런길은 맨발로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솔방울이 특히 많이 달린 소나무옆을 지납니다.
환경이 열악하면 식물은 열매를 맺어 자손을 퍼트리려고 한다는데
이 소나무는 지표 아래층이 암반이라 뿌리를 땅 속 깊이 내리지 못해서 불안한지 솔방울을 엄청 매달고 있습니다.
오솔길 사이로 처음 출발했던 콘크리트 숲이 보입니다.
왕복 4차선 포장도로를 건너면 포장된 인간세상입니다.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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