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덕 블루 로드 C - 역사와 함께 사색하는 길

석탈해 2011. 9. 26. 19:21

 

 

  2011년 9월 25일, 영덕 축산항. 

영덕 블루로드 C코스의 출발점이다.

C코스는 이 곳 축산에서 출발해 대소산 봉수대를 거쳐 괴시 전통마을을 지나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17.5km 구간이다.

오늘은 이 구간을 완주할 각오로 나섰다.  

 

 

타고온 승용차는 축산항 주차장에 세워두고 물과 김밥 두줄 넣은 배낭을 챙기고 등산화는 끈을 단단히 조여 매었다.  

이 계단을 오르면 곧 산길로 접어든다. 

 

 

 고양이 한마리가 사냥한 새를 물고 가다, 나와 마주치자 깜짝 놀라 새를 길에 버리고 도망갔다.

 아직 숨을 헐떡 거리지만 이미 치명상을 입은 듯 했다.

 도망간 고양이는 나무 덤불 아래 숨어서, 전리품을 뺏겨서 억울한 듯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적자생존, 양육강식인 자연의 법칙에 맡기자 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남씨 발상지라는 유허비이다.

 

 

 월영대.

 

 

 일광대... 다 좋은데 예전 것 두고 굳이 그 옆에다  똑 같은  새 비석을 돈 들여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옛것이 훨씬 운치 있는데 말이다.

 

 

 

 이 길은 대부분 오른쪽이 바다를 내려다 보며 걷는 길이다.

 

 

 

 오르고

 

 

 또 오른다.

 

 

 곡선길도 좋고... 직선길도 좋다.

 

 

 솔밭 사이로 언듯 언듯 비치는 가을 햇살도 좋다.

 

 

 

 드디어 대소산 봉수대에 다다랐다.

 

 

 대소산 봉수대 있는 곳은 해발 278m 이지만 주변에서는 제일 높은 곳이다.

 저 아래 푸른 동해 바다가 내려다 보이고...

 

 

 축산항도 눈앞에 들어온다.

 

 

봉수는 밤에 불로서 알리는 봉(燃烽: 연봉)과 낮에 연기로서 알리는 수(燔燧: 번수)가 합쳐진 말이다.

조선시대 봉수제는 노선상 서울로 거의 직선으로 연결되는 봉수인 직봉(直烽)과, 그외 중간에서 직봉으로 연결되는 보조 봉수인 간봉(間熢)으로 구별한다.

동해안 지역의 봉수대는 대개 부산 동래에서 서울로 가는 직봉에 연결되는 간봉에 해당된다. 

예로 부터 동해안 지역은 고려말 이래 동여진 또는 왜구의 침략이나 노략질이 잦았던 곳으로 국방상 중요한 곳이었다. 

 

 

 대소산 봉수대 앞에서 인증 사진 한장찍고 잠시 쉬어간다.

 

 

 봉수대가 있는 대소산에는 또 하나의 시설물이 있다.

 바로 봉수대 뒤로 보이는 통신 중계국이다.

 다른 지역보다 높은 이 곳에 봉수대와 현대의 통신중계국이 들어선 것은 우연은 아니겠지만,

 통신을 위한 시설이 시대를 뛰어넘어 한자리에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예전에는 눈에 보이는 불과 연기로,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로 소통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블루로드 C코스는 목은 사색의 길이라고도 한다.

 능선을 타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 잔솔나무 숲을 지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아마 고려말 목은 이색 선생도 이 길을 걸으며 기울어가는 고려왕조를 생각했으리라....

 

 

 

 

 

 

 망일봉에 있는 정자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며 잠시 땀을 씻는다.

 

 

 

 

 

 

 

 

 

 

 

 

 

 목은 이색 기념관에 도착했다.

 

 

목은 이색 선생의 유허비는 파손된 것을 옆으로 눕혀서 보존하고 있다.

 

 

 

 

 

 

목은 이색 기념관이다 내부의 전시물은 문자로 된 액자 위주였지만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곳 괴시리 전통마을은 고려말 삼은 중에 한분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선생의 출생지로 고려 말엽 선생께서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와서, 호지촌(濠池村)의 지형이 중국의 괴시와 흡사하다 하여 괴시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200여년이 된 전통가옥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다.

 

 

 

 

 

 

  

오늘은 여정상 차근차근 둘러 보지는 못하고 괴시리를 떠나 고래불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탱자가 제법 굵게 달렸고 노란색으로 익어가고 있다.

왠지 탱자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신맛이 난다.

 

 

 

 

가을 배추는 제법 자라 김장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빨간 꼬투리를 한 콩도 예쁘다.

 

 

 

 

 

 벽해도 해단이라 한다.

 경북 영양출신의 의병장 벽산 김도현 선생이 1914년 망국의 울분을 삼키며 부친의 돌아가심을 기다려 효를 다한 후 절명시를 남기고 동지 차가운 동해 바다로 들어가 도해(蹈海) 순국한 곳이라 소개하고 있다.

 

 

바닥이 보이는 맑은 물과...

 

 

그물을 손질하며 출어를 준비하는 어부의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산길을 벗어난 괴시리 이후의 아스팔트길은 좀 지루하다.

 바다는 매일 보던 풍경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해서 더하다.

 

 

대진리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 시간표를 보니 이미 축산항으로 가는 차는 끊겼다.

 

 

 

 

 

 고래불대교를 지나면 송림 숲길이 얼마간 이어져서 다소 위안이 된다.

 

 

 

 

이제 블루로드의 종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래불 해수욕장이다. 

 고래불이라는 말은 목은 이색 선생이 하얀 분수를 뿜으며 노니는 고래들을 보고 '고래들이 노니는 뻘'이라는 뜻으로 붙였다 한다.

 

 

 

고래불을 상징하는 조형물 앞에서 블루로드 C코스 완주 도장을 찍었다. 소요시간 5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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