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야기

야외 전시 작품을 보며

석탈해 2011. 11. 14. 16:32

 


 

작품명: 오늘도 (Again today)

작가: 이원석

Bronze_270X150X150Cm_2003


‘인간 세상’의 사회심리학적 풍경들이라 할 수 있는 ‘인간’과 그들이 처한 ‘상황’으 표현을 담은 작품이다. 지하철이나 만원 버스에서 서로 몸을 비비며 있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들과 그 풍경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예리한 관찰에 의해 포착된 유머와 풍자도 있지만 동시에 씁쓸하고 허망한 느낌 또한 자아내고 있어서 세상살이의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미 꽉 차버린 공간의 승객들

자의든 타의든...

어쩌면 우리는 

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몇 겁의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옷 깃 스치는 정도가 아니다.

타인의 날숨까지도 들숨으로 삼키며

오늘도 출근 전쟁을 하는 소시민들....

 

 

애기를 보호하려는 엄마

눈을 감고 애써 외면하는 여자

그 사이에 끼어버린 소년

우리는 그렇게 엉켜서 바둥거리며 오늘을 산다.

 

 

작품명: 돈키호테 (Don quixote)

작가: 성동훈

Whiite cement, iron_300X250X150Cm_2011


꿈과 몽상, 시대에 대한 비판과 풍자, 그리고 광기를 상징하는 돈키호테를 다른 작가의 대표적 작업이다. 돈키호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로 전현 위협적이지 않은 광기의 소유자이지만, 우리시대의 우스꽝스럽고 모순된 현실을 풍자적으로 고발하는 욕망을 갖고 있는 존재이다. 특히 이 작품은 1993년 제작된 로시란테를 기반으로 하여, 공군 비행기 재료로 사용되는 특수 철을 가지고 2011년에 새롭게 돈키호테를 형상화시킨 작업으로, 18년이라는 긴 시간의 축적을 담아내고 있어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세상 삶이란 어쩌면 돈키호테처럼

늙고 병든 로시란테를 타고

라만차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것처럼

부질없는 환상인지도 모른다.

 


작품명: 오스카 (Oscar)

작가: 이윤복

Stanless steel, forging_330X120X110Cm_2009


금속판을 자르고 망치로 두드려 형태를 만든 후 용접하여 붙이는 부단한 노동의 과정을 거친 후에, 다시 작품 표면을 샌딩하여 광택과 반사가 이루어지도록 제작된 작품이다. 표면에 반사된 굴절된 거울 효과로 인해 작품 앞에 선 관람자로 하여금 활홀한 환상에 빠져들게 하는데, 마치 아카데미 영화상의 오스카 트로피처럼, 작가의 수많은 시간과 노동 끝에 얻어진 기쁨의 결과을 함께 느끼도록 한다.

 

이 지구별에 던져진 인간은 대부분

아카데미에서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든 배우처럼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고

더 많은 오스카를 갖기 위해 뛰기도 한다.

 


작품명: 짜식들 (Cheeky buggers)

작가: 양태근

Stanless steel, wood_369X80X130Cm_2007


위풍당당하게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동물머리는 화분으로 된 녹색 얼굴을 가지고 있고 팔 장을 끼고 있는 모습이 다소 거만해 보인다. 몸속이 텅 비어 힘이 없어 보이지만, 이런 자세로 인해 물질 중심 사회의 권력 지향적 태도를 조롱하는 풍자적인 면모 또한 읽을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면서 인간들의 한심한 행동에 대해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중에는 머리는 생각이 없는 식물인간이고

덩치 큰 몸으로 협박하며, 개구신질 하고 다니는 

양아치 같은 짜식들도 있다.  

 

 

작품명: 불안정한 생명 (An unstable life)

작가: 양태근

Stanless steel, wood_280X410X150Cm_2009


스테인레스 스틸 주무로 만들어진 소는 실제 크기의 육중한 몸집을 가졌으며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소의 이미지는 순박한 몸꼴으 형태를 통해 과거 우리의 농촌에서 볼 수 있는 소에서 연상되는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온순한 형상을 통해 오염된 지상의 모든 것들이 자연의 싱싱한 생명으로 치유되길 기다리는 소망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무던한 소처럼 근면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  

 

 


 

작품명: 터 - 생명 (The site - life)

작가: 양태근

Stanless steel, wood_370X100X270Cm_2009


도심 속의 거대한 물고기의 형상을 통해 공간에 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감상하는 재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정지되어 있고 다분히 환상적인 소재의 작품이지만 현실적인 리얼리티가 확보되고 있고, 동화속의 순수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적 판타지, 서정성, 그리고 현실의 모습에서 벗어난 듯 벗어나지 않은 새로운 시각의 참신함으로 우리를 상상 속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세상은 어쩌면 하느님이 만든 거대한 물고기 뱃속인지도 몰라.

 성서의 요나처럼 물고기 뱃속에 사는 인간은

 뱃속이 그들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지. 

 

 

하느님이 만든 천막속에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짓고 살며

천막에 맺힌 이슬이 떨어져도

소나기라 호들갑 떨며 사는 건 아닐까?

 

2011년 11월 12일.

포항시립미술관을 찾았다가 야외 전시 작품들을 둘러보면서.....석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