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촌년 '향기'

석탈해 2012. 5. 22. 22:00

 

 

 

 

  대개 고양이과 동물은 낮에 잠을 많이 자고 밤에 설칩니다.

오늘 시골집에 가서 '향기' 녀석을 부르니 잠자다 일어났나 봅니다.

졸린 눈을 제대로 뜨지 못 하면서도 옛 주인 목소리를 잊지 않고 한 구석에서 어슬렁 어슬렁 걸어 나옵니다.

사료도 주고 먹고 남은 구운 생선 대가리도 건네주니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웁니다.

마당과 축사, 텃밭을 돌아다니니 뽀얗던 털은 먼지 가득합니다.

어릴 때 코 찔찔 흘리며 새까만 손에 누룽지 쥐고 다니던 동네 친구가 연상됩니다.

 

집 앞에는 얼마 전에 만들어둔 벼 못자리에 모가 제법 자랐습니다.

'향기'도 따라 나와 길에 주저앉았습니다.

연신 하품을 해댑니다.

5월 햇살이지만 오늘은 여름날처럼 따갑습니다.

나무 그늘로 들어갑니다.

 

 

 

 

반가운 주인이 왔으니 '향기'도 반기는 것 같기는 한데.....

더 이상 졸음을 참을 수 없나 봅니다.

품에 안겨 잠을 청합니다.

그 표정이 아주 편하게 보입니다.

 

어머니가 매번 '향기를' 불러서 밥을 주니까 시골집에 있는 나머지 고양이도 학습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향기야~”라고 부르면 모든 고양이가 달려온다고 합니다.

우리집으로 돌아와서 식구들 모두 오늘 찍어온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아직도 우리가족은 ‘향기앓이’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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