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투덜이 스머프

석탈해 2009. 9. 10. 14:45

투덜이 스머프는 항상 불만이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현관에 신발이 흐트러져 있을 때,
주차해 둔 차에 광고지가 붙어있어도,
후진하는데 차 뒤 유리창에 이슬이 맺혀도 투덜댄다.
차가 밀려도, 끼어드는 차가 있어도,
출근해서도 상사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이래서 마음에 들지 않고 저래서 불만이다.
하루 종일 불만이고, 세상에 모든 일들이 다 잘못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내 능력을 몰라주는 이 세상은 정말 제 정신이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불만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나는 능력 있고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투덜이에게 특별한 능력을 가졌더라도 세상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처음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었을 때가 기억난다.
전혀 낮선 소리로 들려 황당하기 까지 했다.
그게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실제 내목소리인데도 말이다.
녹음기 속 내 목소리처럼, 내가 옳다고 믿고 한 말과 행동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전혀 다르게 들리고, 보일 수 있다.
입이 하나고 귀가 둘인 것은 말은 적게 하고
많이 들으라는 조물주의 뜻이라고들 한다.
그 하나뿐인 입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
가슴에 비수를 꽂아대는지 모른다.
친한 사이일수록 내말이 비수가 되지 않는지 되돌려 들어야 한다.
가깝다고 하는 부부 사이도 그렇다.
수십 년을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오다 부부의 연을 맺었는데
처음부터 톱니바퀴처럼 이빨이 딱딱 맞아 돌아갈리 없다.
살다보면 삐걱거리고 상대 허물이 돋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상대가 못마땅해져 투덜대기 시작한다.
내가 내는 목소리는 정답이고, 상대방의 목소리는 오답으로 들린다.
투덜이스머프는 이제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매사에 투덜거릴 일 밖에 없다.
녹음기에서 나오는 다른 사람이 들을 내 목소리를 기억하자.
내 생각만 강요하지 말고 상대에게 말 할 시간을 주자.
말하는데 끼어들지도 말자.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도 기술이라고 하지 않는가.
불만 섞인 말이라도 중간에 자르고 받아쳐서 한 마디 한 마디 마다
자기 변호하기 보다 끝까지 들어주자.
그렇게 오히려 말한 사람이 미안하게 만들자
그것이 백 마디 변명보다 더 효과 있는 명약이 아닐까?

권위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권위는 있어야 한다.
교사는 교사로서, 학자는 학자로서,
가장은 가장으로서 권위가 있어야 한다.
권위라는 것은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서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따르게 해야 진정한 권위다.
내가 더 수고하고 힘든 것이 더 편한 길이라는 건
세월이라는 연륜 만이 가르쳐 주는 것 같다.
투덜이 스머프는 평생을 투덜거리다 죽고,
파파 스머프는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로 존경받다 죽는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이지,
투덜이 중심으로 도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갈릴레이가 증명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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