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믹서기 속의 한글

석탈해 2009. 10. 10. 22:58

인터넷 인구 2700만 명,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휴대폰 보급률 세계 1위,
IT분야 초강국 대한민국
이것은 현재 정보통신 분야에서 우리 나라에 붙어다니는 수식어들이다.
그러나 인터넷, 휴대폰 문자 메시지와 각종 모바일을 이용한 표현 방식은
반만년 역사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 유산인 아름다운 한글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모티콘을 섞어서 쓰는 건 이제 애교 수준이다.
심지어는 한글을 표기하는데 '외계어'라고 해서 한글, 영어, 일본어, 한자와
특수문자들을 섞어서 마치 암호처럼 표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외계어처럼 바꾸는 과정에서 엄청난 발음의 왜곡도 아울러 이루어진다.
마치 한글을 영어, 일어, 한자와 함께 믹서기속에 넣고 갈아서 끄집어 낸 것같은 느낌이 든다.
인터넷의 최대 사용자는 청소년이다.
그들이 사이버 상에서 쓰는 글은 점점 '외계어'라고 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수가 쓰고 있으니 쓰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아이가 될 정도다.
한글은 과거 수백 년에 걸쳐 변화된 것 보다 현재 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의 한글은
너무나 빨리 모든 형식과 문법이 파괴되고 있다.
파괴를 넘어서 국적 불명의 글이 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길거리의 간판, 회사명도 로마자와 이모티콘 섞어서 표기해야 국제화 시대에 맞춘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문화적 사대주의일까?
한글 창제를 기리는 한글날도 경제논리에 밀려 공휴일에서 제외되고
10월 9일이 한글날인지 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이도 많다.
아무리 학교에서 우리 말, 우리 글을 바로 쓰라고 해도
이제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처럼 느껴진다.
10년, 20년후의 한글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인도네시아 찌아짜아족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도입한 것을 두고 우쭐대기보다

광화문 광장에 세종대왕 동상 세우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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