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안계댐을 먹다.

석탈해 2011. 5. 31. 19:19

 

 

 

 

안계 댐 주변길은 한적하고 드라이브하기에 좋다고 해서 모처럼 시간을 냈다.
안계 댐은 포항시민들의 상수원 중 하나다.
우리 가족도 집 까지 연결된 상수도관로를 타고 들어온 이 물을 먹고 지금까지 살았다.
안계 댐을 끼고 도는 길은 한적하고 공기도 맑아 나도 모르게 큰 호흡으로 폐부 깊숙이 공기를 마시게 된다.

 

 

 

댐 쪽으로는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출입을 금지하고 철책으로 막아두었는데 그 사이로 산딸기 열매가 빠끔히 고개를 내밀었다.
예전 시골에서는 철마다 나는 산딸기, 오디, 으름, 다래, 머루가 아이들 군것질 거리였었다.
한 알을 따서 입에 넣으니 아직은 덜 익어서 신맛이 더 강했다.

 

 

마른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던 얌체족 뻐꾸기는 뻐꾹 뻐꾹 소리를 지르더니 카메라 셔터 소리에 놀랐는지 휙하고 날아가 버린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부화도 않고 직접 키우지도 않는 녀석이 근처 둥지에 있는 자기 새끼에게 목소리를 세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 뻐꾸기 새끼는 가짜 어미 새의 알과 새끼를 등에 업어 둥지 밖으로 밀어낸 뒤일 거다.
뻐꾸기란 녀석, 얌체 같이 새끼 키우는 것도 그저 먹는다.

 

 

지나다 보니 때죽 나무 꽃이 길 위를 덮어 터널을 이루듯이 만발하다.
때죽…….때려 죽어도 먹지마라 에서 나온 말일까?
때죽 나무는 독성이 있어서 옛날에는 열매를 짓이겨 즙을 내어 냇물에 풀고 물고기가 기절해 떠오르면 잡아먹었다고 한다.

 

  

안계 댐 가장자리 길을 따라 가다 보니 길 가에서 다람쥐 한 쌍이 놀고 있다.
다람쥐는 가을에 꿀밤을 모아 땅에 묻어 두고 보관해 두었다가 조금씩 꺼내 먹으며 겨울을 난다.
가끔은 자기가 묻어  놓은 곳을 잊어버리거나 덜 파내어, 자연적으로 꿀밤에서 난 싹이 자라게 되어 참나무는 개체수를 늘여나간다고 한다.

 

 

 

안계 댐 안쪽에는 안계리가 있고 이 마을에 있었다는 안계사 절터에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균형 잡힌 몸매와 조각 수법으로 보아 8세기 후반에서 9세기경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그런대 불상의 얼굴이 크게 훼손 되었다.
코와 눈이 파여 있는데 정확한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옛날 민간에서 아들을 못 낳으면 부처님 코를 갈아 먹으면 영험이 있다는 주술 때문에 수난을 당한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이 마을은 상수도 보호구역내에 있고 물이 좋아 청정 미나리로 유명 합니다.
3~4월에 오면 현지에서 구입해 비닐하우스에서 삼겹살과 곁들여 먹는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합니다.
쌈장에 찍은 꽈리 튼 미나리가 상상이 됩니다.
오늘은 철이 지나 아쉽지만 빈 비닐하우스만 보고 지나갑니다.

 

 

마을을 지나 큰길로 오는 길에 아카시아 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집사람은 내년에는 저놈을 꼭 튀겨 먹겠다고 합니다.
튀겨 먹을 놈이라 하니 아카시아 꽃과 원한이 많나 봅니다.
실제 찹쌀가루 묻혀서 기름에 튀겨 내면 아카시아 향이 입안에 가득 맴돌며 맛이 있다 합니다.
내년에 집사람이 아카시아 꽃과 싸울 때 떨어진 아카시아 튀김 몇 점 주워 먹어야겠습니다.

 

 

돌아다니니 지금은 배가 고픕니다.

국도 옆에 수타면으로 유명한 중국음식점으로 갑니다.
나는 자장면, 집사람은 짬뽕을 시켰습니다.
특히 짬뽕 국물이 칼칼하면서 깔끔하고 시원합니다.

역시 안계 댐물로 만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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