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김장철이다.

석탈해 2011. 11. 23. 10:43

 

 

 

 

 

 

 

 

 

 

 김장철이다.

일요일, 학생들을 인솔하고 김장을 돕기 위해 노인 요양원을 찾았다.

요양원의 규모가 크다 보니 한해에 해야 할 김장 량도 엄청나다.

남학생들이라 주어진 일은 배추를 소금에 절이거나 양념을 무치는 일이 아니다.

오늘 우리가 할 일은 김장에 들어갈 주재료인 배추와 무를 뽑고, 요양원까지 운반하는 트럭에 실어주고, 또 트럭에서 내려서 한곳에 정리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밭이 그리 큰 것 같지 않았지만 빼곡히 심어진 배추와 무는 의외로 많았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차가웠지만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무를 뽑고 배추를 날랐다.

무 한 개를 깎았다.

학생들에게 먹어 보라니까 처음에는 별로인 표정을 지었지만 곧 시원 달콤한 맛에 적응이 된 듯 잘도 먹는다.

예전에는 밭에 땅을 파고 무 구덩이 만들어 뽑은 무를 저장해 두었다.

바람 들지 않게 입구도 꽁꽁 싸맸다.

겨울밤 군불 지핀 아랫목에 둘러앉아 무 구덩이에서 꺼내온 무를 깎아먹으면 별미였다.

무를 놋숟가락으로 긁어내 꿀을 몇 숟가락 넣은 뒤에, 따뜻한 아랫목 이불 밑에 몇 시간 묻어두었다가 먹으면 웬만한 감기는 뚝 떨어졌다.

이거 먹고 싶어 기침 소리를 일부러 크게 냈던 기억이 난다.

작업은 오전 10시부터 시작하여 점심시간 한 시간 제외하고 오후 4시까지 계속 되었다.

힘들었지만 우리들의 봉사로 겨우내 요양원 어르신들이 드실 김장김치가 만들어진다니 보람이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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